불편한 진실
뉴스공장 정동영 의원의 '미국의 극우들' 본문
김어준 : 가스관 얘기가 그때부터 나온 거군요, 그래서. 결국은 그러면 제3국은 안 되겠다고 해서 ‘차라리 그러면 우리가 평양을 한 번 더 갈게.’ 이렇게 된 겁니까?
정동영 : 아닙니다. 그러고 나서 비핵화 6자회담을 돌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이걸 결말로 이끌고 가려고 했던 게 우리 구상이었는데, 남북정상회담은 유예된 상태에서 9·19 합의가 된 거죠. 그러니까 전략적 결단을 내렸어요. 북한의 핵 포기.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개발 중인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 abandon 이에요. 94년에는 동결, freeze고 이번에는 dismantlement에요. 이번에는 핵 폐기하라는 거죠. 그때는 포기라는 단어를 썼어요. 아시다시피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데, 그러고 나서 북한이 약속을 어겼다고 언론들은 씁니다만 중요한 건 사실이잖아요. 사실은 미국이 찢은 겁니다.
김어준 :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설명 좀 해 주십시오, 그때.
정동영 : 9월 19일 날 북한과 미국 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단 말이죠. 북미수교 해주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한 거예요.
김어준 :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루트를 간 거죠 그때?
정동영 : 그렇죠. 그때 이미 합의한 거죠. 북한은 핵을 내려놓고 미국은 수교해주고. 그런데 미국의 강경파 네오콘 입장에서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바로 다음 날 ‘미국은 불량국가, 깡패국가다.’ 그리고 마카오에 있는 BDA, 불법 자금을 조사해야 된다. 결국 그래서 모든 게 틀어진 거죠.
김어준 : 그게 컸습니다, BDA. 소위 거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건데, 핵을 포기하고, 그다음에 북미수교를 하고, 결국 지금 원하는 건 똑같은 겁니다. 핵을 포기하고 체제보장을 얻고. 그런 약속을 그때 얻어냈는데 그 다음날 터진 뉴스가 마카오에 있던 북한 계좌를 동결해버린 거 아닙니까, 미국이.
정동영 : 그렇죠. 뉴스가 아니라 정책이에요. 미국의 정책이 이걸 조사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비핵화 정책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가 아니라, 북한을 계속 불량국가로 묶어두는 거죠. 네오콘 내부에 이런 토론이 있었다고 해요. 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동북아에서 우리는 another North Korea가 필요하다. 또 다른 North Korea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죠. MD망 구축을 통해서 이른바 중국 포위 전략을 거대한 세계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었던 그때 부시 정부 내부의 네오콘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를 그렇게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으로 비핵화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죠. 그 뒤에 확인된 것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가...나중에 제가 물어봤어요, 몇 년 뒤에.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에, 2012년 대선 때 크리스토퍼 힐 대사를 국회 사랑지에서 만났어요.
김어준 : 그때 왜 그랬냐고…….
정동영 : 그때 제가 물어봤어요. 그때 뭐라고 그랬냐면 ‘당시 미국에는 두 개의 정부가 있었습니다.’ 이게 힐 대사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합의한 것은 협상파·대화파가, 크리스토퍼 힐, 콘돌리자 라이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거고, 찢어버린 것은 강경파 네오콘 딕 체니, 럼스펠드, 존 볼튼, 볼튼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금 워싱턴이죠.
(중략)
김어준 : 남북관계를 직접 뛰어본 선수, 그 외 인사들이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고 하긴 하시더라고요.
정동영 : 왜냐하면 북이 단군신화에 빗대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씹고 살아 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햇빛이 비치는 광장으로,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전략적 결단을 내린 거예요. 김정은 시대에 두 번 내렸는데 두 번 다 실패했어요. 밖에서 봉쇄했기 때문에, 못 나오게. 나오라고 해놓고 밖에서 막으니까 나올 길이 없죠.
김어준 :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미국 정권이 바뀌었고.
정동영 : 미국 정권이 바뀌어서 한 번 막힌 거고요. 2005년에는 네오콘이 막아버린 거고, 입구를 막았어요.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려고 하는데 그 손을 잡아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뒤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밖으로 나올 수가 있는 거죠.
김어준 : 그때는 북미 정상회담을 확정해 놓고, 지금도 확정은 아니지만 거의 되어 가는 분위기니까, 그렇게 정해놓고 그때 제기된 건 아니었습니까?
정동영 : 그렇죠. 그때는 김정일 위원장은 수동적인 입장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이끌어낸 건데, 이번에 차이는 아버지보다 아들이 훨씬 공세적이고 적극적이에요. 좀 스케일이 큰 측면도 있고, 이번 경우는 남북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안, 시진핑 주석에 대한 제안을 전부 지금 공세적으로……
김어준 : 굉장히 대담합니다.
정동영 : 그렇죠. 김어준 스타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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