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소름 주의 동성애 '연애담' 이현주 감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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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담'(감독 이현주)은 두 여자의 연애 이야기다. 우연히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된 두 여자의 만남과 기쁨, 환희와 위기의 순간이 차곡차곡 담겼다. 오늘의 한국에서 동성애란 아직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지만,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누구의 얼굴을 대입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담담하고도 생생하게 연애의 과정을 그렸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건조하면서도 놀라우리만치 농밀하다.
감독 배우 촬영감독 프로듀서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여성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그 숨결을 담아낸 '연애담'은 지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분 대상을 공동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후 영화제에서 소개될 때마다 매진사태를 빚은 끝에 개봉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현주(35) 감독은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라며 겸손히 주인공 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모든 연애는 다 '후지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애담'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와 닮은 모습으로 다가갔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망해도 나만 알겠지, 새롭게 해도 되겠지, 처음이니까 하는 걸 남 눈치보지 말고 해보자, 해서 만들었던 거다. 가끔 물어보더라. 관객이 어떻게 느끼길 바라고 만들었냐. 저는 관객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학생으로서 기한 안에 하는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힘들어서 중간에 놓으면 나중에 또 이렇게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만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시작부터 지금 형태의 퀴어 멜로를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퀴어영화를 구상하지 않은 건 아닌데 먼저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 상상하기 쉬운 연애담과는 다른 소동극을 준비하면서 레즈비언의 사랑은 배경 중 하나로 삼고 싶었다. 그런데 사건이 상투적으로 되더라. 평소 사람의 관계나 연애에 관심이 많았는데 장편을 하면 내가 잘 아는 걸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이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내가 좋아했던 옛 멜로영화의 톤으로 천천히 가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와니와 준하' 같은 1990년대 멜로를 좋아한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등등. '캐롤'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을 참조하지 않았냐 하는데, '연애담'이 퀴어영화이기는 하지만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봤던 건 아니고 오히려 멜로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참고한 것 같다.
-'퀴어영화'가 아니라 '연애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다. 첫 만남과 연애의 시작, 달콤함, 위기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그래서인가 성적 정체성을 떠나 '나의 이야기' 혹은 '주변의 이야기'라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 같다.
▶의도했다. 존중, 위대함 이런 것 이전에 누구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상처받는 것도 똑같고 하찮은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게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로 닮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었다. '연애담'이란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다 알지 않나.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에 네가 할 수 있는 건 사소한 디테일 밖에 없어서 고민했다. 남녀의 영화라면 달랐을 수도 있을 거다. 다들 알고 좋은 영화도 많은데 굳이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여자들의 만남은 나온 게 없다 보니까 다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간의 사랑이 시작될 때는 공원 편의점 등 자연스럽게 인연이 스치면서 이어지는데 연애담도 그렇게 그리고 싶었다. 그게 납득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한번 시선이 가고 우연히 만나고 술집에 가고 이런 데 납득이 될까 걱정을 하긴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모이는 장소나 분위기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찾아오듯이 그리고 싶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사실처럼 하다보니 영화가 더 친근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다.
-조연들이 사려 깊게 배치됐다는 느낌이다.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하고.
▶주변 캐릭터가 다 착하죠?(웃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비가시화된 존재같다. 어디에나 있겠지만 어디어디에 있다고 말을 안 하는. 어울려 있어도 쉽게 자신을 내놓지 않는 것 같고. 엄청난 혐오가 있다고 하지만 말을 안하니까 이렇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저는 성 정체성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로 작용하는 걸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여자야! 하는 느낌. 하지만 냉정한 반응도 넣어야 할 것 같았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그런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왜 처음부터 얘기 안 했어. 불편할 수 있잖아'로 했다. 다른 친구의 경우 판타지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는데 저는 나름 친한 친구가 삭막해 보이다 행복해 보이면 '대체 누구야 보여줘' 이럴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두 주인공을 외적으로 괴롭히지 말고 따뜻하게 봐줬으면 했다. 또 그 둘의 감정 변화에 좀 더 집중해 보여주고 싶었다.
- 특히 지수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 김종수 때문에 이게 요즘 한국의 연애담이란 느낌이 확 다가온다.
▶이 시대 사는 여자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부모 자식이라는 게 가까운 데 있다 생각해 편할 것 같지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서로에게 애쓰는 것 같다. 저도 그렇다. 지수와 아빠도 따로 있다가 가까워져서 뭔가 애쓰는데, 서로가 터놓을 수가 없다 보니 마주보고 빙글빙글 돌고만 있다. 동성애의 어떤 부분도 있겠지만, 다양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윤주가 집 없이 친구 집에 얹혀 살다가 자기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 경우도 제 또래나 많은 30대들이 하는 고민 아닌가. 이 영화가 우리 사는 공기를 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땐 김종수 배우와 이상희 배우가 부녀였다. 김종수 배우는 아버지 역할 싫어하시는데 이번에도 말씀드렸다. 장편 들어간다 할 때도 축하해 주셨고, 항상 현장에도 제일 먼저 오셔서 미숙한 부분을 도리어 케어해 주셨다.
-'연애'에 대한 감독의 태도도 드러난다. 흔히 영화에서 보듯 아티스트에게 뮤즈가 나타나 엄청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막 삶이 망가지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 건 영화적인 것 같다. 이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연애는 다 후지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엄청난 사랑이지만 옆에서는 별 일 아닌 것이고, 엄청난 위대한 사랑들도 있지만 내가 살며 경험하는 많은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상대의 일상에 개입하고 싶어지고 내 감정을 앞세워서 서툴게도 한다. 나밖에 안 보이니까 생기는 그런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 배우 촬영감독 프로듀서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여성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그 숨결을 담아낸 '연애담'은 지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분 대상을 공동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이후 영화제에서 소개될 때마다 매진사태를 빚은 끝에 개봉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현주(35) 감독은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라며 겸손히 주인공 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모든 연애는 다 '후지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애담'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와 닮은 모습으로 다가갔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망해도 나만 알겠지, 새롭게 해도 되겠지, 처음이니까 하는 걸 남 눈치보지 말고 해보자, 해서 만들었던 거다. 가끔 물어보더라. 관객이 어떻게 느끼길 바라고 만들었냐. 저는 관객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학생으로서 기한 안에 하는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힘들어서 중간에 놓으면 나중에 또 이렇게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만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시작부터 지금 형태의 퀴어 멜로를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퀴어영화를 구상하지 않은 건 아닌데 먼저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 상상하기 쉬운 연애담과는 다른 소동극을 준비하면서 레즈비언의 사랑은 배경 중 하나로 삼고 싶었다. 그런데 사건이 상투적으로 되더라. 평소 사람의 관계나 연애에 관심이 많았는데 장편을 하면 내가 잘 아는 걸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이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내가 좋아했던 옛 멜로영화의 톤으로 천천히 가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와니와 준하' 같은 1990년대 멜로를 좋아한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등등. '캐롤'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을 참조하지 않았냐 하는데, '연애담'이 퀴어영화이기는 하지만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봤던 건 아니고 오히려 멜로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참고한 것 같다.
-'퀴어영화'가 아니라 '연애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다. 첫 만남과 연애의 시작, 달콤함, 위기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그래서인가 성적 정체성을 떠나 '나의 이야기' 혹은 '주변의 이야기'라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 같다.
▶의도했다. 존중, 위대함 이런 것 이전에 누구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상처받는 것도 똑같고 하찮은 것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게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로 닮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었다. '연애담'이란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다 알지 않나.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에 네가 할 수 있는 건 사소한 디테일 밖에 없어서 고민했다. 남녀의 영화라면 달랐을 수도 있을 거다. 다들 알고 좋은 영화도 많은데 굳이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여자들의 만남은 나온 게 없다 보니까 다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간의 사랑이 시작될 때는 공원 편의점 등 자연스럽게 인연이 스치면서 이어지는데 연애담도 그렇게 그리고 싶었다. 그게 납득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한번 시선이 가고 우연히 만나고 술집에 가고 이런 데 납득이 될까 걱정을 하긴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모이는 장소나 분위기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찾아오듯이 그리고 싶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사실처럼 하다보니 영화가 더 친근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연출이 1, 배우가 9다.
-조연들이 사려 깊게 배치됐다는 느낌이다.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하고.
▶주변 캐릭터가 다 착하죠?(웃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비가시화된 존재같다. 어디에나 있겠지만 어디어디에 있다고 말을 안 하는. 어울려 있어도 쉽게 자신을 내놓지 않는 것 같고. 엄청난 혐오가 있다고 하지만 말을 안하니까 이렇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저는 성 정체성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로 작용하는 걸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여자야! 하는 느낌. 하지만 냉정한 반응도 넣어야 할 것 같았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그런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왜 처음부터 얘기 안 했어. 불편할 수 있잖아'로 했다. 다른 친구의 경우 판타지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는데 저는 나름 친한 친구가 삭막해 보이다 행복해 보이면 '대체 누구야 보여줘' 이럴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두 주인공을 외적으로 괴롭히지 말고 따뜻하게 봐줬으면 했다. 또 그 둘의 감정 변화에 좀 더 집중해 보여주고 싶었다.
- 특히 지수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 김종수 때문에 이게 요즘 한국의 연애담이란 느낌이 확 다가온다.
▶이 시대 사는 여자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부모 자식이라는 게 가까운 데 있다 생각해 편할 것 같지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서로에게 애쓰는 것 같다. 저도 그렇다. 지수와 아빠도 따로 있다가 가까워져서 뭔가 애쓰는데, 서로가 터놓을 수가 없다 보니 마주보고 빙글빙글 돌고만 있다. 동성애의 어떤 부분도 있겠지만, 다양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윤주가 집 없이 친구 집에 얹혀 살다가 자기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 경우도 제 또래나 많은 30대들이 하는 고민 아닌가. 이 영화가 우리 사는 공기를 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땐 김종수 배우와 이상희 배우가 부녀였다. 김종수 배우는 아버지 역할 싫어하시는데 이번에도 말씀드렸다. 장편 들어간다 할 때도 축하해 주셨고, 항상 현장에도 제일 먼저 오셔서 미숙한 부분을 도리어 케어해 주셨다.
-'연애'에 대한 감독의 태도도 드러난다. 흔히 영화에서 보듯 아티스트에게 뮤즈가 나타나 엄청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막 삶이 망가지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 건 영화적인 것 같다. 이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연애는 다 후지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엄청난 사랑이지만 옆에서는 별 일 아닌 것이고, 엄청난 위대한 사랑들도 있지만 내가 살며 경험하는 많은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상대의 일상에 개입하고 싶어지고 내 감정을 앞세워서 서툴게도 한다. 나밖에 안 보이니까 생기는 그런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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